추석이 다가오지만 수해를 입었거나 임단협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탄압 중단을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풍성한 연휴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주5일제 전면실시와 주한미군 철수, 주택과 의료, 교육의 단계적 무상공급, 그리고 부유세 신설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생각만 해도 꿈같은 이야긴데 그 가운데 부유세가 더 내 눈길을 끈다. 부유세는 말 그대로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당장 부자들은 ‘내가 노력해서 부자가 됐는데 왜 그 노력의 소산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가’라며 반발할 것이다. 권 후보는 토지나 예금, 주식, 골프회원권 등을 합쳐 10억원이 넘는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 부유세를 물리자고 주장한다. 부자들에게 공평한 과세를 하기 위한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역시 진보정당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부유세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빈부의 격차가 너무나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산해진 도로를 질주하던 부유층들을 나는 보았다. 엄청난 이자수입을 올려 IMF가 침투한 어느 나라와도 다를 바 없이 부자와 빈자의 간격이 벌어진 나라에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1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대다수의 부자들은 민주노동당의 집권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부유세에 대해 저항할 것이다. “그것이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냐”고 항변할 것이다. 그러나 부자들이 신봉하는 자본주의의 시초를 안다면 그런 말 못할 것이다. 빈민구제와 나눔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던 초기자본주의를 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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