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호루라기로 공정한 사회 실현을!
공익신고·부정부패 예방의 초석,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공정한 사회’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광복 65주년 경축사를 통해 밝힌 ‘공정한 사회’는 기회와 경쟁에서 불평등을 일소한다는 의미와 함께 ‘투명 사회’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부정부패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에선 밝혀내기 어려운 조직 내부의 부정부패를 신고하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 우리나라에도 이들을 위한 모임이 있다.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양심의 소리를 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활동하는 진정한 용기의 소유자들을 만나 보았다.
부정부패에 맞서 양심의 소리를 낸 사람들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은 지난 2005년 1월 발족했다. 2004년 한국투명성기구에서 마련한 반부패 공로자 시상식에 모인 내부 고발인, 양심선언을 한 사람들이 의기투합한 결과였다. 우리 사회에서 공익 신고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잠재적인 공익 신고자들에게 다차원적인 지원을 하자는 결의에서 시작된 이 모임은 현재 400여 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의 공익 신고자 모임이 되었다.
현재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용환 대표는 2003년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관리 허점으로 수혈감염이 일어나고 있음을 제보하였다. 당시 혈액의 검사와 관리의 부실점을 지적했지만 내부적으로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자 동료 세 명과 함께 그 사실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이를 공론화시켰다. 감사원의 집중 감사가 시작되었고 제보는 사실로 드러났다. 이후 2004년에 혈액안전개선 종합대책이 마련되었고, 이제는 적십자사가 제공하는 혈액은 선진국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해고 위협은 물론이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통령표창을 받는 등 극과 극을 체험했지요.” 지금은 담담히 지난 이야기를 하지만 당시에 겪은 심적 고통은 상상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래도 김용환 대표는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수혈로 C형간염에 감염된 아기의 아버지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수혈감염 가능성을 제기한 적십자 내부 고발자가 없었다면 내 아이가 C형간염에 걸렸는지조차 몰랐을 것이고, 치료 시기를 놓쳐 평생 병을 안고 살아가야 했을지 모른다.”는 그 말에 새삼 자신의 행동이 옳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1992년 당시 삼성그룹에 입사가 결정된 상태에서 양심선언을 한 이지문 부대표 또한 용기 있는 공익신고자이다. ROTC 근무 도중 14대 국회의원 선거 군부재자 투표과정에 공개투표와 대리투표, 여당지지 정신교육이 있었음을 폭로했다. 그의 양심선언 이후에 군 부재자투표에 변화가 생겼다. 부정을 차단하기 위해 부재자투표 장소를 영외에 설치하도록 개선된 것이다. 이들 외에도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에는 초대 대표를 지낸 이문옥 전 감사원 감사관, 한준수 전 연기군수, 현준희 감사원 감사비리 고발자 등 다수의 양심선언 인물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익신고자, 이 사회의 진정한 영웅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다. 공익신고자를 위한 상담, 부정부패 척결 교육, 공익신고자 보호 관련법 제·개정을 위한 의견개진 활동 등이 그것이다.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은 홈페이지(www.insider.or.kr)와 전화(02-2069-2026)를 통해 상담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 상담의 범위는 넓다. 조직의 부정부패로 공익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신고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물론 양심선언이나 공익신고 이후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힘이 되어 준다. 법률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안정까지 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몇 년 전 가짜 참기름 사건을 폭로한 이후 졸지에 노숙자로 전락하고 억울함을 풀지 못해 자해를 시도했던 한 공익신고자의 경우,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을 통해 인간적인 교감을 얻었고 정신적 안정을 찾아 새 삶을 찾을 수 있었다.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에서는 또 부정이나 부패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준비하고 신고해야 할 것인지는 물론이고 신고 이후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공직자, 대기업 임직원 등 최근에는 교육 대상도 점차 늘고 있다. 모임은 법률 제·개정 등 공익신고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같이, 공직자뿐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공익신고의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는 데에도 의견개진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부패행위 신고자가 조직 내에서 따돌림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신변보장, 비밀보호 등을 담당하고 있는 권익위 보호보상과는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을 통해 현장의 사례를 취합하는가 하면 법률 제정을 추진할 때에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다. 보호보상과 김준배 과장은 “공익신고자들에게 필수적인 보호요소 등을 직접 듣고 법률안 구성에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며 “진정한 투명사회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공익신고자에 대한 신변보장과 보호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청렴사회, 투명사회를 위한 법령이 잘 마련되어 있어 제도적으로 크게 뒤떨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직사회뿐 아니라 일반 기업과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신고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이지문 부대표는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 중에 실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10명 중 한 명 꼴.”이라며 “아무리 공익을 위한 것이라 해도 개인으로서는 삶의 큰 변화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결코 강요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공익’이라는 거창한 말보다 내 가족, 친구, 나아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지를 숙고한다면 결정의 방향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외부의 어떠한 지원도 없이 꾸려온 모임의 재정적 홀로서기를 위해 의인재단, 의인기관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는 김용환 대표. “공익신고자들에게 민간 차원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며, “홀로 싸우는 게 아니라 함께 공익을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는 게 우리 모임의 목표.”라고 밝혔다. 더 많은 사람, 결국은 우리 자신을 위해 양심의 소리를 내는 공익신고자, 다른 누가 아니라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공익신고자들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대접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투명사회, 공정사회 실현이 시급한 이유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이란?
부패행위 신고자 보호보상제도는 공직자 및 공공기관과 관련된 부패행위를 신고하여 보복행위를 당한 경우, 신고자를 보호해주거나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적인 제도이다. 이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상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생활이 복잡화·고도화됨에 따라 유해식품의 제조·유통 등 민간부문의 공익침해행위가 커다란 사회적 혼란과 공공지출을 유발하고 있어 공익침해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권익위가 마련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안」과 우윤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공익제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에서 법안심사 중에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건강·안전·환경·소비자보호 및 공정거래 분야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행위를 신고할 수 있어 국민권익 보호와 안전 선진국 실현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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