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읽 기/마음에 담은 글들

포정해우

공만타 2010. 9. 12. 09:30

중국 전국시대에 소를 잡는 데 최고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포정(丁)"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포정이 궁정 잔치에 쓰일 소를 잡고 있었다. 마침 우연히 그 곳을 지나던 왕이 그의 솜씨를 보고 감탄하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소 잡는 기술이 이와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는가?"

포정은 칼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처음 소를 잡으려고 했을 때는 소의 겉모습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지 3년이 지나니 어느새 소가 부위별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19년이 흐른 지금은 눈으로 소를 보지 않습니다. 마음의 눈을뜨고 소의 살과 뼈, 근육 사이의 틈새를 봅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칼이 지나가게 합니다. 이런 기술로 단 한 번도 칼이 살이나 뼈와 부딪히는 실수를 한 적이 없습니다."

평범한 백정은 달마다 칼을 바꾸는데, 그 이유는 칼로 무리하게 뼈를 가르기 때문이다. 솜씨 좋은 백정은 칼을 가지고 소의 살을 베기 때문에 1년 만에 칼을 바꾼다. 그렇지만 포정은 19년 동안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지만 칼날은 방금 숫돌에 간 것과 같았다. 소의 뼈와 근육 사이에는 어쨌든 틈새가 있기 마련이고 그 틈새로 칼날을 집어 넣어소를 잡기 때문에 칼날이 전혀 무뎌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포정의 소를 잡는 최고의 솜씨"란 뜻의 "포정해우(押丁解牛)"의 고사성어가 여기서 나왔다. 포정이 처음 백정이 되었을 땐 그저 소리만요란하게 소를 잡겠다고 달려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과 각고의 노력으로 최고의 경지에 올랐을 때 그는 소의 겉모습이 아닌 뼈와 살 사이에 있는 공간의 이치를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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