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읽 기/불굴의 용기

[스크랩] 코카서스의 늑대들 : 체첸 - 1. 프롤로그

공만타 2009. 11. 25. 23:26

.. 밭갈이가 잘 되어 있는 벌판, 그 생명체라고는 보이지도 않는 그 흑밭 속에서 나는 엉겅퀴를 발견하였다.  세 줄기로 되어 있는 그 엉겅퀴는 한 줄기는 마치 팔이 부러진 것처럼 꺾여있고 다른  줄기는 붉은 꽃이 시든 채 달려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한 줄기는 검은 흑밭 속에서도 아직 꼿꼿하게 버티고 있었다.  마차의 수레바퀴에 깔렸다가 다시 일어선 듯 하였다.

 

  그것은 마치 몸의 일부가 찢기고 내장이 터져나오고 팔이 잘리고 한쪽 눈이 뽑혀져 나오더라도, 그 작은 엉겅퀴 만은 똑바로 서서 주위의 모든 형제들을 말살한 인간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 같았다.

 

                                                                                                                          - 레프 톨스토이의 하지 무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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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스토이의 만년의 유작, '하지 무라드'는 비록 '전쟁과 평화'나 '안나 카레니나'에 비하면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만 8년의 세월을 들여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카프카즈 전쟁에서 싸우다가 러시아군에 투항했다가 다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탈출하다 전사하는 코카서스의 용장의 죽음을 그리고 있다.

 

  수백명의 러시아군에게 에워쌓인 채 불과 5명이서 싸우다가 전사하는 마지막 장면은 서두에 언급되는 밭갈이가 끝난 들판의 꺾여진 엉겅퀴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톨스토이도 정원을 산책하다가 밭갈이가 끝난 뒤에도 꿋꿋하게 버틴 엉겅퀴를 보고 문득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또한 톨스토이는 엉겅퀴에 대하여 좀 더 설명하였다. 예쁜 엉겅퀴 꽃을 보고 정원에 장식하기 위해 뽑으려고 하지만, 워낙에 억세고 질긴 가시 줄기로 인해 뽑아내기 위해서는 상당히 힘을 써야 했다. 그리고 막상 뽑아내자, 꽃은 처음의 싱싱했던 빛깔을 잃고 색이 바래버려서 정원에 장식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이를 보고 저자 - 톨스토이는 이렇게 독백한다.

 

    '나는 그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하며, 그것을 뽑아내기까지 내가 들여야만 했던 노력들을 상기하였다.'


  한줌의 미약한 존재지만 거대한 세력에 대항하여 결코 굴복하지 않으며, 압박에 짓눌려 스러지면서도 상대에게 가능한한 최대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존재. 그것이 젊었을 적에 직접 카프카즈 전쟁에서 러시아군 장교로 참전했던 톨스토이가 받은 체첸에 대한 인상이었다.  그리고 톨스토이는 그것을 밭갈이가 끝난 들판 위의 우뚝 서있는 엉겅퀴에 비유하였다,


    그렇다면 체첸인들 스스로는 자신들을 무엇에 비유하는가?

 

    그들은 자신들을 '늑대'에 비유한다. 체첸어로 '보르즈'라고 부르는 늑대를 그들은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았다. 1991년 조하르 두다예프가 독립선언한 체첸 공화국의 국기는 달빛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외로운 늑대가 그려져있다. 또한 체첸 국가에는 "우리는 밤에 태어나, 어머니 늑대가 길러줬다."는 구절이 첫번째로 나온다. 왜 모든 동물 중에서 늑대를 선택했는 지에 대해서 그들은 자세한 설명을 남겼다.

 

 

  "힘의 상징은 사자와 독수리지만, 그들은 자신보다 약한 동물을 공격한다. 늑대는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도전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힘의 부족함을 대담성과 용기, 지혜로 극복한다. 싸움에서 패하면, 두려움에 떨지 않고 고통에 움츠러들지 않은 채 조용히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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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 공화국 초대 대통령 조하르 두다예프


   또한 출처가 불분명한 말이지만, 이를 더욱 극명하게 표현한 말이 있다.

 

   '늑대는 죽일 수는 있어도 길들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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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체첸전 당시 체첸 반군과 깃발. 달빛을 받는 외로운 늑대

 

    이러한 체첸인의 기질에 대하여, 그것이 어디서 유래가 되었으며,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지에 대하여 간단하게나마 연재하고자 한다. 특히 러시아와의 수백년에 걸친 항쟁을 중심으로,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투쟁사를 소개하겠다. 

 

   그리하여 왜 그들이 늑대와 엉겅퀴에 비견될 수 있는 지, 러시아가 왜 한줌에 불과한 체첸인들을 아직까지도 굴복시키지 못했는 지에 대하여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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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레프 톨스토이의 '하지 무라드'

           후안 고아티솔로의 '전쟁의 풍경'

           http://en.wikipedia.org/wiki/Chechnya

           http://www.amina.com/article/chech_nati.html

출처 : Europa Universalis
글쓴이 : jage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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