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글쓰기는 언제 식상하여 끝날지 모른다.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영혼의 울림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글쓰기는 자연스럽지 못하였다. 조잡하고 억지스러운 문장, 단지 단어의 조합에 불과한... 그런 것들이었다.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체험하고 고뇌하고 사색하며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푹 익은 풀들은 거름으로 거듭나지만, 적당히 썩은 그것은 냄새만 풍길 뿐이다.
가장 중요한 과정은 사색이 아닌가 생각한다. 보고 들은 것은 되내어 곱씹어 그 의미를 체화한다. 그러한 생각은 내 머리속에서 나왔지만 내 몸의 일부가 다시 되고, 또 다시 생각의 재료가 되고, 말이 되어 내 입을 통해 전달된다. 전달되는 그 것은 나의 일부이다. 내 몸과 마음과 기을 통해 나와 남에게 이른다. 나이지만 나에게서 떨어져 남이 된다. 그러나 내 몸과 떨어져있다 하여도 그 것은 나의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우리는 하나가 된다. 지구상에 태어나 살다간 사람들과 지금 동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전 인류와, 앞으로 살아갈 후손들은 어쩌면 단 하나의 나로부터 이어져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을 가져본다.
이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나는 없어지고 거기에는 생각만 있을 뿐이다. 인위를 제거한 사색, 나를 없애는 생각이 필요하다. 죽기 전에 나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 것이 아닐까.